호환성이 없는 개인용 컴퓨터들이 르네상스를 이루고 있던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IBM-PC 호환기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였고 키보드 역시 표준화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 시절에는 보통 레이아웃에 따라 86키보드인지 101키보드인지 나누었는데, 텐키와 방향키가 분리되어있던 101키보드가 조금 더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101이 낫다고 생각했다. (살짝 비쌌다 ^_^) 심지어 독자적인 레이아웃을 고집했던 애플/매킨토시마저도 이후에는 101키보드에 기반한 레이아웃의 키보드를 도입하게 된다.

이 레이아웃은 별 변화 없이 십수년간 사용되어졌고, MS윈도우 OS가 업데이트 되면서 한국어 자판 기준으로 106키까지의 작은 변화만이 있었다. 그리고 5천원에서 만원 내외로 구입할 수 있는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가 시장의 대부분을 평정했다.

개인적으로는 FC-150(M5)의 러버돔 타입, Macintosh LC의 러버돔+멤브레인, 접촉면이 넓고 깊이가 조금 얕으며 외관이 투명한 아크릴 재질의 애플 멤브레인 타입, 펜타그래프 키보드, LG와 MS의 유/무선내츄럴 키보드, 아론의 기계식 키보드, 멤브레인이지만 미묘하게 기계식의 느낌을 살짝 주었던 삼성전기의 키보드, PS/55의 기계식 키보드, MSX2의 멤브레인 키보드 정도를 경험하여 봤는데 기억으로는 IBM PS/55의 서걱서걱한 느낌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정전용량무접점 방식이라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방식의 키보드를 접하게 되었는데 심지어 60키 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수많은 특수키의 입력에 있어서 Fn키와의 연동이 불가피 하다는 뜻이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매우 불편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또 한가지 장벽이 있는데, 바로 가격이다. PFU의 해피해킹 키보드(HHK)는 빅카메라 혹은 요도바시에서 25,000엔 정도에 팔리고 있다. 원화로는 30만원이 넘는 초고가 키보드인 셈이다. 사실 관심이 있던 것은 몇 년 전부터로 원/엔 환율이 매우 좋았던 2~3년 전에는 한국에 공식 수입되어 198,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더랬다. (그래도 비싸다!)
우선은 특수키가 없는 환경에 적응이 가능할 지 느끼고, 확인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기존 키보드를 그대로 쓰면서 키보드 드라이버를 바꿔서 만들어 써보기도 하고 키보드 훅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드보락/세벌식 때와 마찬가지로 "보통"과 다른 환경에 익숙해진다는 것에는 고통도 함께 따른다는 것을 새삼 실감 했지만 나름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정전용량무접점 키보드에 관해 좀 더 알아보니 키 자체는 토프레라는 회사에서 생산한다는 사실과 그 회사에서도 리얼포스라는 시리즈의 완제품 키보드를 생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리얼포스시리즈는 텐키만을 제외한 91키보드나 혹은 완전하게 일반 키보드와 같은 레이아웃의 여러 모델을 생산하고 있었다. 게다가 키보드 갯수가 1.5배에서 2배가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HHK보다는 5천엔 가량 싸다. (환율 1300원 기준으로 325,000과 260,000원을 비교하면 좀 더 감이 온다. 25,000엔과 20,000엔은 왠지 감이 잘 안 온다. -_-;)

다만 리얼포스는 한정모델을 제외하면 HHK와는 약간 철학이 다른데, 모든 키보드 압력이 45g으로 되어 있는 HHK와는 달리 35g~55g로 손가락 위치에 따라 다르게 세팅 되어 있다고 한다. 어쩐지 더 어드밴스드 한 것 같다. -_-;
그러나 사나이라면... ^_^
몇 년을 두고(!!!) 고민한 끝에 HHK Pro2 먹각 모델을 구입했다. 무각인을 사고 싶었지만 드보락을 메인으로 쓰고 있어서 종종 쿼티 자판이 필요할 때 헷갈리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실험을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HHK의 Fn키에 의한 특수키 입력 말고 vi느낌의 모드 전환 개념의 환경도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이 불편하다. -_-;

현재까지는 PS/55 이후 가장 독특한 키 감을 느끼고 있고 덩달아 리얼포스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뭔지 모를 만족감이 온다고 할까 ^^; 여자들의 명품백을 가지고 싶은 심리와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자들의 대표 지름신 자동차/오디오/낚시/카메라의 가격은 기본이 수백 수천 혹은 수억에 이르는 것에 비교하자면 소박한 허영인지도...
허영심을 만족 시켜준다. 텍스트만의 연속 입력 작업이 주가 되는 일반 워드 작업, 코딩 작업등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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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5 17:11 2010/01/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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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ピグレット♪ 2010/01/06 15:5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꼭 쵸콜릿으로 만든 모형 키보드 같애... 배고프면 먹기도 하고... ㅋㅋ

  4. 셀리즈 2015/07/07 15:3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사실 그 해 5월에 리얼포스 106 키보드도 구입하여 둘 다 사용하게 되었다. 평범하게 쓰긴 106 레이아웃이 좀 더 나아서 주력으로 썼으나... 키감은 HHK가 더 낫다. 현재는 HHK 사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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