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고 있는 소니(Sony) NEX-5는 2010년 일본에서 발매된지 얼마 안 되어 샀던 녀석이다. 당시에는 파나소닉(Panasonic) GF-1 및 올림푸스(Olympus) Pen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던 때, DSLR은 왠지 부담스럽고 똑딱이만 들고 다니면 왠지 없어보이진 않을까 해서 고민 끝에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대략 4년정도가 지난 오늘 문득 카메라를 바꿔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은 지금까지 써왔던 카메라들을 돌아보면서 선택의 기준이 되어왔던 경험을 먼저 정리해 보고 요즘 나오는 카메라 중에서 적당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기억나는 첫 번째 카메라는 일본 야시카(Yashica)의 Partner AF라는 붉은색 필름 카메라였다. 이건 80년대에 아버지가 외국 출장 다녀오시면서 사온 카메라를 가족들과 공용으로 함께 썼던 것이다. 
필름 감기가 수동이어서 살짝 불편했지만 겉모습만은 당시의 제품들 중에서 꽤나 훌륭한 편이 아니었나싶다.
촛점이 자동이고 필름 감는 건 수동이고 외관은 붉은색. 플래시를 바깥쪽으로 당겨놓으면 어두울 땐 자동으로 터짐. 이런 것들이 어린 나이에 그 전까지 다 똑 같은 것으로만 생각했던 카메라에서 이 제품만의 특성을 설명하는 요소들이었다.
Yashica Partner AF

이미지 출처 : http://www.ricardwill.be

90년대 후반 결혼과 함께 삼성의 필름 카메라를 손에 넣었다. 앞선 야시카에 비하면 필름 감기가 자동이고 줌이 가능했다는 정도의 특성 차이가 기억이 난다. 요건 사진도 없고 제품도 어디갔는지 못 찾겠어서 일단 패스.

그리고나서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늦게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대신 소니의 VAIO C1 노트북에 붙어있었던 웹캠(30만화소)나 DCR-PC115 핸디캠에 있는 정지화상 촬영 기능(150만화소)으로 한동안 사용하였다. PC115의 경우 동영상은 6mm DV에 기록하지만 정지화상을 담기위한 매체로 메모리스틱을 따로 쓸 수 있게 되어 있었으며 정지화상 전용의 플래시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닥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PC115는 CCD기반의 제품이었지만, 당시 주류 디지털 카메라는 CMOS기반이었고 이는 화질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어서 한동안 디지털 카메라 전용기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마음을 돌리게하는 계기가 생겼으니 컬러 프린터의 대중화이다. 그 전까지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직접 오프라인 앨범을 관리하고,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스캐너를 구입하여 홈페이지로 앨범을 관리했었다. 홈페이지 업로드용으로는 150만화소(1360x1020)도 충분했는데 막상 인쇄를 하여보니 품질이 기대 이하여서 고해상도 카메라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하여 2006년에 새로이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캐논(Canon)의 PowerShot A620이다.
Canon A620
A620을 살 때의 선택 기준은 아래와 같았다.
  • 셀카 기능! 액정화면을 앞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함
  • 멋진 스타일! 예) 은색(x) → 티타늄색(o), 붉은색(x) → 펄이 감도는 와인색(o)
  • 인쇄가 가능한 해상도 (5백만화소 이상)
위의 세가지 요소를 필수로 사항으로 생각했고 그 이외에 작고 가벼운 바디, SD카드 대응, 배터리 절약을 위한 뷰 파인더, 액정 화면이 손상되지 않도록 안쪽으로 돌려 닫힐 것 (요즘의 강화 유리 표면 액정과 달리 당시의 액정은 두꺼운 비닐로 덮은 것 같은 재질이어서 이런 기능도 고민했다), 매뉴얼 모드, 접사 기능 등은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
처음 후보가 되었던 것은 캐논 A95와 소니 F88이었다. 스펙상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외형이 화려했던 F88로 마음을 거의 굳혀가던 때 펄 와인색 제품 단종. 은색만 구매 가능하게 되었다. 어차피 디자인이 고만고만 할거면 성능이 더 나은 A95를 사야겠다라고 생각하던 중에 A610/A620의 제품 발표가 있었다. 이 제품은 A95의 후계기종으로 몇가지 개선점이 있었다. 저장매체가 CF에서 SD카드로 변경되고 화소가 500만에서 700만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액정도 돌려 닫을 수 있는 디자인이었고 매뉴얼 모드와 1cm까지 접사가 가능해졌다는 것 등이다. 더구나 색상은 중후한 티타늄색! 

다만 배터리가 AAAx4이어서 부피와 중량이 상당했다. 하지만 평소엔 AAA호환의 충전지를 쓰다가도 갑자기 충전이 곤란한 상황에서 일반 건전지도 쓸 수 있다는 것이 더 장점이라고도 생각했다.

시대는 흘러 주변에도 DSLR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갔다. 그래도 고성능 카메라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는데, 의외의 상황에서 새 카메라의 구입 욕구가 생겼다.

어느 여름날 후지산을 오르고 있던 중 카메라의 충전지가 생각보다 빨리 떨어져버린 것이다. A620은 일반 알카라인 건전지도 사용 가능하므로 중간에 있는 산장에서 구입하면 되겠거니 했으나... 배터리는 팔지 않았다. 물이나 산소를 비롯한 것들은 (매우 비싼가격에라도) 팔고 있었으나 배터리는 정상에 오르기까지 모든 산장에서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이후 사진은 아이폰3G로 찍은 것이 전부. 정상을 돌아 내려오기 시작할 무렵엔 이마저도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내려와서 일단은 충전지를 고용량의 신제품으로 갈아주긴 하였으나 신형 카메라들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DSLR이 뭔지. 센서의 크기가 다르다는 건 뭘 말하는 건지. 렌즈를 교체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등 과거에 카메라를 구입할 때와는 달리 조금 더 디테일한 사양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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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올림푸스의 Pen이 마이크로 포서즈 규격의 발표와 함께 개척했다고들 하는 것 같다. 이어 파나소닉의 GF-1과 소니의 NEX시리즈가 발매되면서 미러리스의 대중화가 가속되었는데, 그 때 구입했던 NEX-5는 이후 소니의 효자 상품이 되어 DSLR에서는 캐논과 니콘(Nikkon)에 밀리고 컴팩트 카메라에서는 파나소닉에 밀리던 소니가 카메라 시장의 메이저리거로서 발돋움하는데 기여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비교 기종이었던 GF-1이나 Pen과 비교하여 NEX-5를 선택했던 건 센서 크기(APS-C)와 FHD 동영상 녹화 및 액정화면의 틸트기능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틸트래봐야 요즘 기종처럼 셀카까지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카메라를 허리 높이로 내리고 위에서 액정을 보면서 찍는 것만으로도 다른 앵글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매우 신선했었다.

그리고 오늘이 왔다. 지금 생각하는 용도를 간단히 써보면 아래와 같은데,
  • 기본적으로는 셔터만 눌러도 좋은 사진이 잘 나오는 것
  • 가족들과의 일상/여행사진을 앨범으로 정리하고 블로그에도 업로드
  • 너무 중장비도 싫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만 들고 다녀도 왠만큼 잘 나오는 것
  • 캠코더로서도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것
대략 이 정도 용도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더니, 컴팩트 기준으로 소니에선 RX100 mark3, 캐논에선 G1X mark2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미러리스 가운데에서는 NEX-5의 다음 다음 다음 다음 기종쯤 되는 소니 A5100이 있었다. 각자 개별적으로 장단점이 있어서 한번에 고르기 어려웠는데 그 와중에 캐논에서 G7X의 발표 소식이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다음 달 판매 예정인 상태. 그리하여 위의 4기종을 중심으로 하여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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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G1X Mark2 (사진출처: thenewcame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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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RX100 Mark3 (사진출처: www.trustedreviews.com)

편의성
  • 렌즈 캡은 자동이었으면 좋겠다 - NEX-5를 사기 전까진 이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요소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막상 써보니 많이 불편하더라. 중간에 언급한 적 있는 PC115 캠코더의 경우 분리형 뚜껑(?)이긴 하지만 잃어버리지 않도록 스트랩이 붙어 있고 그립에 끼울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그렇게까지는 불편하지 않았다. 미러리스이자 렌즈 교체형인 A5100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동. G1X의 경우도 mark2가 되면서 분리형에서 자동으로 바뀌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 LCD 창에서 터치하는 것으로 촛점을 잡거나 셔터를 대신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요즘 카메라들은 알아서 얼굴이나 가장 가까운 피사체를 재빨리 찾아 주기는 하지만 원하는 피사체로 촛점을 직접 옮기는 것이 굉장히 편하다는 것을 스마트폰 카메라를 쓰면서 알게 되었다. RX100 mark3을 빼고는 모두 지원한다.
  • USB 충전. 소니 기종들만 지원하는 듯.
  • 렌즈를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았으면 - 렌즈를 바꿔가면서 찍는건 나름의 묘미도 있겠으나 NEX-5를 쓰면서 번들의 팬케익과 줌렌즈 달랑 두 개 가지고 다니면서 바꿔 쓰는 것도 귀찮더라. 후보의 똑딱이들은 대체로 기본 렌즈의 사양이 모두 괜찮은 편이다. A5100은 바꿔 장착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렌즈들이 있지만 한 번에 여러가지 상황을 다 만족 시키는 렌즈는 없는 것 같다.
  • 크기/무게 - RX100mk3나 G7X는 대략 300g내외, 기타 기종들은 500g이상. 크기는 무게에 비례.
  • 그립감 - 크기/무게와 반대로 가는 모습. 너무 작은건 쥐기가 불편. G1X mark2가 가장 카메라같이(?) 생겨서 편할 듯 하다. G7X는 RX100 mark3와 비슷한 크기라지만 조금은 더 그립감에 신경을 쓴 외형인 듯 하다.
  • 틸트, 셀카RX100mk3와 G1Xmk2의 경우는 액정화면을 180도 위로 올려서 셀카도 가능하고 아래쪽으로 틸트도 가능해서 손을 높이 올려서 찍는 것도 수월하다 G7X와 A5100은 셀카 모드만 가능.
  • 외장/디자인 - 혼자만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이라고는 해도 겉보기엔 티타늄 브라운으로 처리한 A5100이 왠지 끌린다.
  • 접사능력 - 똑딱이들은 5cm 내외인 반면 A5100은 번들렌즈로는 20cm이상인 듯.
  • 가격, 배터리용량이나 EVF지원, 내장 플래시의 천장 바운스 지원 등에 있어서도 조금씩 다르지만 선택을 바꾸게 하는 요소는 아니다.
  • WIFI, NFC는 전 기종 대응
  • GPS 활용 - 기술적으로는 GPS를 잘 활용하면 위치 정보는 물론 해외 여행시에도 시차가 반영된 날짜/시간 정보를 EXIF에 저장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후보가 되고 있는 4기종 중에서는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은 없다. 하다못해 NFC/Wifi로 스마트폰과 통신하면서 스마트 폰이 가진 그런 정보를 가져다 쓰는 기능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요건 매뉴얼이라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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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G7X (사진출처: lockerd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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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A5100 (사진출처: www.gizmag.com)

성능

  • 밝은 렌즈 - 특히 애들 찍다보면 실내, 어두운 곳, 움직이는 모습의 스냅사진등을 찍을 때가 많다. 셔터 속도가 같은 경우라면 밝은 렌즈가 이런 나쁜 조건에서의 디테일을 어떻게는 더 살려줄 것이고  좋은 상황이라면 셔터속도를 당겨서 보다 선명한 사진을 얻게 해줄 것이다. 후보들 중 똑딱이들은 다들 F1.8의 밝은 렌즈. A5100도 물론 밝은 렌즈로 "교체"가 가능하지만 번들렌즈에선 제일 뒤쳐진다. 다만 같은 F1.8라 해도 RX100 mark3의 칼짜이스 렌즈는 뭔지 모를 신뢰를 더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 고성능 AF - 똑딱이의 AF는 다들 고만 고만 한 성능인 듯. G1Xmk2가 조금 부정적이 글들이 많이 보이지만 mark2로 오면서는 많이 개선된 듯 하고, RX100mk3는 액정의 터치 포커스가 안 되어 불편할 것 같다. 이 와중에 A5100은 터치 포커스는 물론이고 속도면에서도 DSLR고급기와 맞먹는 성능의 위상차 AF를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AF기능을 갖췄다고 한다.
  • 센서 - APS-C 사이즈를 채용한 A5100이 가장 우수하고 RX100mk3과 G7X는 같은 소니 제품의 1인치 센서. G1Xmk2는 1.5인치로 다른 똑딱이 보다 상대적으로 큰 센서를 가졌지만 워낙 구형이라 그런지 그 크기 차이 만큼의 대접을 받지는 못하는 듯 하다.
  • 연사속도 - 연사 기능이 있기만 하면 1초에 10장을 찍든 3장을 찍든 크게 상관은 없다. NEX-5를 쓸 때도 매 프레임 촛점을 새로 잡는 (상대적으로) 보다 느린 연사 기능과 첫번째 사진의 촛점을 유지하는 광속 연사기능이 있었는데, 느리더라도 촛점에 신경을 쓰는 기능을 선호 했었다. 일단는 AF속도가 0.07초에 달하는 A5100이 속도는 빠르겠지만 번들 렌즈가 어두워서 대낮에 실외에서 찍는 것이 아니라면 여러장 찍어봐야 전부 다 흔들리는 사진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다들 갖추고는 있다.
  • 동영상 - 전용의 코덱(XAVC)을 쓰는 소니 제품들이 FHD/60p에서 대역폭 50M의 고품질 동영상의 촬영이 가능. G7X가 AVC로 34M. G1Xmk2는 일단 60p가 안 되고 30p만 됨. 비표준 코덱을 쓰는 건 나름의 불편함이 있다.
  • 기타 ND필터, raw포맷, 아웃포커싱, HDR 기능등은 다소 성능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다들 지원하고 있는 듯.
결론
  • 생각하고 있는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카메라는 일단 없었다.
  • 성능만 놓고 본다면 라이카 혹은 파나소닉 브랜드로 나오는 LX100같은 제품도 있었으나 셀카모드가 없는 바디는 애초에 배제하여 버렸다.
  • 다만 캐논 G7X가 가장 근접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올해 안으로 산다면 G7X를 사게 될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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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6 16:23 2014/09/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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